제목은 저래도 하얀마약이라 불리는 모 게임과 전혀 관계없음을 밝혀둔다.

문득 떠올려 보니 먼저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반듯하게 머리칼을 다듬고 꾸역꾸역 좁은 건물안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을 불태웠다는 그 나이에 사랑을 품지는 못할망정 독기를 품었고, 명문고니 특목고니 하는 학교의 문짝을 노려보며 살았었다. 아니, 도대체 왜?

사실 이런 생각을 일일히 나열하자면 끝도 없으리라. 특히 불평이나 후회와 관계되는 것들이라면 누구나 그 숫자는 차마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일거다. 나는 왜 귀중한 내 시간을 쪼개가며 학원에 다녔는가, 나는 왜 키 크겠답시고 별 하고싶지도 않은 운동을 했었는가, 그리고 왜 맛도없는 우유를 마셔댔는가? 또는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눈만 버렸는가 같은 의문도 훌륭하다.

‘의문을 갖는다‘는 행위에 대한 이유가 굳이 모두에게 의미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때때로 의문은 오로지 자신의 것이며, 그래서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학창시절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의문부호를 띄워본 것이다. 특별한 동기가 있는것도 아니고, 거창한 생각이 들어서도 아니다. 그냥 기분상의 문제다. 그래서 이 글엔 두서따위 없고, 단지 내 기분만 줄줄히 써내려 가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학교라......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중, 고등학교는 특히나 추억이 많이 남기 마련이다. 반쪽짜리 남녀공학이던 중학교와, 남녀공학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에 진학한, 하품이 나올정도로 평범한 일상을 보냈던 나같은 사람에게 조차도 그 시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다행이다.

근데, 생각해 보면 또 이런 호러물이 있을까 싶다. 똑같은 옷에, 똑같은 두발. 거기다 선생들은 우리들을 응급환자 취급했다. 피가 모자란 과다출혈 환자에게 수혈하듯이, 우리들의 교육은 위에서 아래로 행해졌다. 수직으로, 자기들 말대로는 급사하기 직전인 우리를 위해서 그렇게 행해졌다. 이거하면 저거하고, 저거하면 이거하면 되니......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면 수정란이 생기노라 수정란이 뭔가요 수정란은 아기임 밑줄 좍좍 선생님 그러니까 좀 자세히 이노마 시험에 내는것만 가르쳐 주는거야 잘 보고 따라적다 보면 좋은곳 가는거다 좋은곳 가면 뭐하는데요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걸 쉽게 할 수 있지 그러니까 그걸 알려달라고 시밤쾅

교육이란 모르는 사람이 질문을 하고, 아는 사람이 그 해답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 이지 아는 사람이 질문하고 모르는 사람이 답지보고 답하게 ‘만드는 것’ 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변태적 가학을 12년간 숨죽이며 즐겨왔다.

그리고는 일기 좀 쓰고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해서 밑줄 좍좍 긋고, 계산기 좀 두드릴 실력이 되었을 때, 그리고 오천년에 달하는 무지무지하게 긴 역사를 책 한권으로 압축해서 달달 외울정도가 되었을 때, 앞으로도 계속 '받아야 할'(또는 계속 받기만 해야 할) 학습 한번 잘해보자고 손바닥 한번 마주쳐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다. 수학능력 시험이라는 구라를 앞세워 밑도끝도없는 긴 시험을 보고나면 다음 차례인 대학의 고통을 기쁘게 맛보기 위해 일렬로 늘어선다.

‘대학생’ 이라는 쉐이커 속에 단체로 집어넣어져 이리저리 굴려지기에 합당한 정신이 탄생한 것이다. 거대한 학생의무리는 이제 하나되어 거대한 [대학생]의 그릇 안에서 고통에 뒹굴거린다. 바야흐로 ‘대학생 백만양성설’의 실현을 눈앞에서 보고있는 것이다.

아니, 영광의 전율에 휩싸이기 전에, 백만이나 되는 숫자의 사람을 생각하면 우선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것은 양성이라기 보단 차랄히 ‘내몰렸다’ 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현상이지 않은가. 다음 차례의 가시밭길을 순순히 걸어가며, 정신의 고결함을 뽐낸다. “고통따윈 아무것도 아냐!” 라는데? 어머나 멋져라, 찬양하자! 이미 마조히즘은 시대의 정신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실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얼떨결에 떠밀려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물리법칙이 세상 모든 것에 통용되는 것은 아닌 것이, 이들은 이 절대적인 방향성을 가진 작용 속에서도 일체의 반작용을 느낄수 없다. 그야말로 조용히 떠밀린다. 거기에 왠지모를 억울함을 느낀채, 한풀이 하듯 대학 1학년을 흥청망청 보내다 군대로 간다. 이것이 길고 긴 오늘날 교실의 종착지다.
Posted by 요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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